하얗게 일어나는 발, 건조와 무좀은 어디서 갈릴까요

하얗게 일어나는 발, 건조와 무좀은 어디서 갈릴까요

발바닥에는 피지선이 거의 없습니다. 유독 잘 일어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샌들을 신으려다 알게 됩니다

여름은 발이 드러나는 계절입니다. 양말 안에 있을 때는 몰랐던 것이 샌들을 꺼내 신는 순간 눈에 들어옵니다. 발바닥이나 뒤꿈치가 하얗게 일어나 있고, 손으로 문지르면 가루처럼 떨어집니다.

그런데 가렵지는 않습니다. 무좀이라고 하기에는 아무렇지도 않고, 그냥 건조한 것이라고 넘기기에는 며칠째 그대로입니다. 사람들이 온라인에 올리는 질문도 대개 이 지점에서 멈춰 있습니다. 발바닥만 하얗게 벗겨지는데 무좀이냐고 묻고, 동그랗게 벗겨진 자국이 여러 개 보인다며 사진을 올립니다.

결론부터 적으면 감염이 아닌 원인, 그중에서도 건조로 이렇게 되는 경우가 흔합니다. 다만 겉모습만으로 원인을 단정할 수는 없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섞여 있습니다.

발바닥은 기름을 만들지 않는 피부입니다

발바닥은 손바닥과 함께 각질층이 가장 두꺼운 부위입니다. 하루 종일 체중을 받아내는 자리이니 그렇게 만들어졌습니다.

그런데 정작 그 두꺼운 층을 지켜줄 기름막이 없습니다. 피부에서 유분을 내보내는 피지선은 주로 털이 나는 자리에 붙어 있는데, 발바닥에는 털이 없고 피지선도 거의 없습니다. 대신 땀샘은 손바닥과 함께 몸에서 가장 빽빽하게 모여 있습니다.

얼굴이나 팔 같은 다른 부위의 피부와 발바닥 피부의 단면 비교. 왼쪽은 털이 나 있고 그 옆에 피지선이 붙어 있으며 표면이 기름막으로 덮여 있고 각질층이 얇다. 오른쪽은 털도 피지선도 없고 표면에 기름막이 없으며 각질층이 훨씬 두껍고 위쪽에서 얇게 들떠 벗겨지고 있으며 땀샘이 여럿 자리해 관이 표면까지 올라온다.

왼쪽은 얼굴이나 팔 같은 다른 부위의 피부입니다. 털이 난 자리마다 피지선이 붙어 있어 표면이 기름막으로 덮입니다. 오른쪽은 발바닥입니다. 털도 피지선도 없어 덮을 기름이 없고, 대신 각질층이 훨씬 두껍고 땀샘은 빽빽합니다.

정리하면 발바닥은 땀은 많이 흘리면서 기름은 거의 만들지 않는 피부입니다. 여기에 하루 종일 받는 압력과 마찰, 씻고 마르기를 되풀이하는 일과가 겹칩니다. 각질층이 두꺼운 만큼 마르면 표면부터 하얗게 일어나고, 얼굴이나 팔에는 없는 일이 발에서 유독 잦은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러니 발이 하얗게 일어나는 일은 어딘가 잘못되어 벌어지는 사건이라기보다, 이 피부가 원래 가진 조건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보습부터 며칠 해봅니다

첫 순서는 대개 보습입니다.

자기 전에 발을 씻고 물기를 닦은 뒤 크림을 바르는 일을 며칠만 이어가도, 단순한 건조라면 하얗게 일어나던 자리가 눈에 띄게 가라앉습니다. 반대로 꾸준히 발랐는데도 그대로라면 다른 원인을 생각해보라는 것이 일반적인 안내입니다.

여기서 정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별한 처치도, 강한 각질 제거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 반응은 원인을 가려내는 검사가 아니라 방향을 잡는 단서일 뿐입니다. 보습에 좀 나아졌다고 해서 다른 원인이 아니라고 잘라 말할 수는 없습니다.

발라도 계속 번진다면

문제는 꾸준히 발라도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범위가 넓어질 때입니다. 그럴 때 떠올려볼 만한 것이 셋 있습니다.

첫째는 건조해 보이는 무좀입니다. 무좀이라고 하면 발가락 사이가 짓무르고 가려운 모습을 떠올리지만, 발바닥과 발 옆면을 신발처럼 넓게 덮으며 고운 가루 같은 비늘만 남기는 형태가 따로 있습니다. 각화형 무좀이라고 부릅니다. 임상 자료는 이 형태를 두고 마른 피부처럼 보이고 환자를 그다지 괴롭히지 않는다고 적습니다. 겉모습만으로는 건조와 잘 구분되지 않아서, 인설의 경계가 뚜렷하게 잡히는지를 따로 살핀다고 되어 있습니다. 가렵지 않아 오래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여기서 생깁니다.

둘째는 동그랗게 얇은 판처럼 일어나 벗겨지는 것입니다. 가렵지는 않은데 고리 모양으로 껍질이 들뜨고, 벗겨진 자리가 쓰라릴 때가 있으며, 몇 주 간격으로 되풀이됩니다. 박탈성각질융해증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습니다. 여름에 더 흔하고 땀이 많으면 잘 생깁니다. 심각한 병은 아니지만 나았다가 되풀이되는 편이고, 자극을 줄이고 보습하는 관리가 기본으로 안내됩니다. 다만 이것은 손바닥에 더 흔하고 발바닥에는 덜 생깁니다.

셋째는 각질층에 작은 구멍이 파인 것처럼 보이는 것입니다. 오목각질용해증이라고 하며, 땀이 많은 발에 생기는 얕은 세균 감염입니다. 냄새가 함께 오는 것이 특징입니다.

아래는 진단 기준이 아니라 진료를 볼지 가늠할 때 참고하는 관찰 사항입니다. 같은 원인이라도 다르게 보일 수 있고, 서로 겹치기도 합니다.

구분하얗게 일어나는 모양가려움보습을 며칠 해봤을 때함께 오는 신호
단순한 건조표면이 전체적으로 일어나 가루처럼 떨어짐대개 없음가라앉는 편계절과 환경에 따라 오르내림
각화형 무좀발바닥과 옆면을 넓게 덮으며 고운 비늘, 피부 결이 도드라져 보임없거나 약함그대로이거나 범위가 넓어지기도 함발톱이 두꺼워지거나 색이 변함
박탈성각질융해증동그란 고리 모양으로 얇게 들떠 벗겨짐대개 없음나아졌다가 몇 주 간격으로 되풀이여름과 땀에 잦아짐, 손바닥에 더 흔함
오목각질용해증각질층에 작은 구멍이 파인 것처럼 보임대개 없으나 걸을 때 아픈 경우도 있음보습만으로는 잘 달라지지 않음땀이 많고 냄새가 함께 옴

다시 적지만 이 표는 진단이 아닙니다. 겉모습만으로 갈라내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습진이나 건선처럼 아예 다른 원인일 때도 있습니다. 무좀은 한쪽 발에서 시작되는 경향이 있다고들 하지만 이것도 경향일 뿐이고, 발바닥을 넓게 덮는 형태는 양쪽 발에 함께 오는 경우도 흔합니다.

확인은 병원에서 합니다

확인하는 방법 자체는 간단합니다. 일어난 각질을 조금 긁어 현미경으로 곰팡이가 있는지 봅니다. 오래 걸리는 검사가 아니고, 결과에 따라 배양 검사를 더하기도 합니다.

아래에 해당한다면 혼자 판단하기보다 한 번 확인받는 편이 낫습니다.

  • 보습을 꾸준히 했는데도 그대로이거나 범위가 점점 넓어질 때
  • 발톱이 두꺼워지거나 누렇게 변하는 것이 함께 올 때
  • 갈라져서 아프거나 피가 비칠 때
  • 빨갛게 붓고 열감이 돌거나 진물이 날 때
  • 냄새가 유독 심해질 때

한 가지 덧붙이면, 약국에서 파는 굳은살·티눈 제거용 제품을 임의로 오래 붙여 쓰는 것은 권하지 않습니다. 살리실산이 든 이런 제품은 주변의 멀쩡한 피부까지 상하게 할 수 있어 되도록 피하라고 되어 있고, 감각이 둔해진 상태이거나 면역이 떨어진 경우에는 특히 그렇습니다. 당뇨가 있다면 굳은살이나 각질을 스스로 깎아내지 말고 진료를 받으며 관리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감각이 무뎌진 발은 어디까지 깎였는지 스스로 알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같은 이유로 당뇨나 신경병증이 있다면 발을 오래 담그는 것도 미리 상의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감각이 둔해진 발은 물이 뜨거워도 알아차리기 어렵고, 오래 담그면 오히려 건조해질 수 있습니다.

저녁에 할 수 있는 순서

원인이 단순한 건조 쪽이라면 저녁에 할 일은 몇 단계로 정리됩니다. 씻고, 온기를 두고, 말리고, 보습하는 순서입니다.

말리는 단계를 건너뛰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발가락 사이는 물기가 남기 쉬운데, 여름 발 관리의 거의 모든 조언이 결국 잘 말리는 것으로 모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지난 장마철 글에서 적었듯이 이 일이 1년 중 가장 어려워지는 계절이 따로 있습니다.

따뜻한 물에 발을 담그는 시간은 씻은 뒤와 말리기 사이에 놓입니다. 굳은살처럼 두꺼워진 각질을 다루는 임상 자료를 보면, 다듬기에 앞서 온수에 발을 담그는 단계가 먼저 옵니다. 20분가량 담근 뒤에 부드럽게 다듬으라는 식입니다. 물에 충분히 불린 각질층은 훨씬 부드러워지고, 그 상태에서는 굳이 세게 밀어낼 필요가 없어집니다.

오버더웬즈데이의 풋 릴렉싱 데이풋 힐링 데이를 슬러시 젤 제형으로 만든 것도 그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입니다. 대야에 받은 물은 환경에 따라 짧으면 5분 안팎이면 미지근해지는데, 젤이 온기를 한결 오래 머금어 발이 충분히 풀릴 시간을 벌어줍니다. 마지막 단계에는 부드럽게 각질을 정돈하고 히알루론산으로 보습을 더하는 파우더가 따로 있습니다. 밀어내는 방식이 아니라 불려서 정돈하고 물기를 붙들어 두는 쪽에 가깝습니다. 다만 갈라졌거나 상처가 난 자리에는 쓰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분명히 해둘 것이 하나 있습니다. 족욕은 치료가 아닙니다. 앞에서 적은 무좀이나 세균 감염이 원인이라면 따뜻한 물에 발을 담그는 일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그때는 진료가 먼저이고, 저녁의 이 시간은 그 뒤에 얹는 관리 습관일 뿐입니다.

하루 끝, 발을 정리하는 시간

발이 하얗게 일어나는 것은 대개 겁먹을 일이 아닙니다. 기름을 만들지 못하는 피부가 마르면서 보내는 신호일 때가 많고, 그런 경우라면 보습으로 정리됩니다.

기억해둘 선은 하나입니다. 발라도 계속 번진다면 그때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그 선만 알고 있으면 공연히 걱정할 일도, 반대로 한참을 모르고 지날 일도 줄어듭니다.

여름 저녁에 샌들을 벗고 발을 씻은 다음, 따뜻한 물에 잠시 담갔다가 물기를 닦고 크림을 바릅니다. 발이 드러나는 계절에 해줄 수 있는 일은 대체로 이 정도로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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